서울세계불꽃축제, 즐거움과 고통스러움의 혼재

최윤서 승인 2023.10.29 08:00 의견 0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 ©최윤서

매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한화가 주최하며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불꽃축제는 서울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지난 10월 7일 소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날 불꽃놀이 관람을 위해 새벽부터 자리를 잡았다는 대학생 김우영 씨는 "수험생 시절부터 가고 싶었던 불꽃놀이를 직접 보게 되어 기쁘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즐거운 이 축제가 다른 생물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축제, 누군가에게는 재앙

불꽃이 터지자 밤섬에 있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 ©최윤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불과 1km 떨어진 한강에 있는 섬 ‘밤섬’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도심 속 최대 철새 도래지이다. 한강사업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밤섬에는 ‘흰꼬리수리;’, ‘큰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40여 종의 새가 1만 마리 이상 관찰되었으며 생태계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

*람사르 습지 :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거나 희귀 동식물 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

불꽃놀이가 시작을 알리는 큰 불꽃이 터지자, 밤섬에 있던 새들은 일제히 놀라며 무리를 지어 이동하였다. 큰 소리의 불꽃이 터질 때마다 새들은 불안한 듯이 계속 이동하며 자리를 옮겼다.

독일 환경청 소속 헤르만 박사가 201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꽃놀이로 인해 새들은 심리적, 육체적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불안과 공포의 신체 증후를 보이고 심박수가 증가했다. 공황 상태에서 새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서로 부딪히거나 장애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가 2011년에 한 조사에 따르면 폭죽놀이로 야생 조류의 수면을 방해하고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근처 주민들 또한 불꽃놀이 행사에 대해 부정적이다. 여의도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솔라 씨는 “이쁜 것도 좋지만 당장 내 집을 오고 가는 데 불편함이 있어 이 불꽃놀이 축제가 마냥 즐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교통 통제로 인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는다고 말했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약 10km 떨어진 은평구에서 서식하고 있는 서양문씨는 불꽃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시 30분쯤 강아지 '토비'를 잃어버릴 뻔했다. 근처 공원에서 산책 중 불꽃놀이 소리로 인해 놀란 토리가 순간 달아난 것이다.

하루 발생한 쓰레기의 양만 70톤

불꽃축제가 끝난 뒤 한강 곳곳의 쓰레기 모습 ©최윤서

축제가 끝나자, 시민들은 이날 사용한 돗자리와 먹은 음식들을 쓰레기통에 정리했다. 대형 쓰레기통은 넘치고 2m 정도의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음식물,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모두 한 자리에 뭉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다녀온 흔적이라도 남기듯 먹은 음식과 사용한 돗자리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가버린 일부 시민들의 모습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환경미화원 A씨는 ‘음식물과 재활용을 위해 가져가서 밤새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꽃축제가 끝난 뒤 집계된 쓰레기양은 70t으로 지난해 축제에 비해 약 40% 증가하였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없나

최근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주 볼더시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처음으로 야간 드론쇼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시 정부는 “기후 변화와 화재 위험 등 여러 요인을 고려 전통적인 불꽃놀이에서 드론쇼로 전환하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서부의 여러 도시들이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불꽃놀이 대신 드론쇼를 채택한다고 전했다.

한화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한화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말한다. 멸종위기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축제가 진정 사회공헌 활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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