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타의책장]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 작은 집을 짓다

김승요 승인 2023.10.28 22:01 의견 0


작은 집을 짓다

자립과 자존, 생태 존중, 우정과 환대의 집 짓기

조광복 저 | 황소걸음 출판 | 2023년 07월 28일 발행

자립과 생태적인 삶을 위한 집 짓기

여느 건축 도서와는 다르다. 초보자가 멋모르고 집을 지어가는 과정이 유머와 재미가 가득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집 짓기의 키워드는 ‘생태 존중, 자립과 자존, 우정과 환대’인데 모두 ‘관계 맺기’와 관련 있다. 즉 나와 생태 환경의 관계 맺기, 나와 나 자신의 관계 맺기, 나와 타자의 관계 맺기다.

‘작은 집을 짓다’는 집 짓기 과정과 더불어,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짓는 것의 의미, 함께 사는 삶의 가치, 생태 및 환경 문제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터 정비, 기초부터 골조, 지붕, 외부 벽체와 창호, 바닥 미장과 전기공사, 외부 마감, 단열, 천장, 실내 벽, 내부 마감, 데크, 데크 지붕, 준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언젠가 손수 집을 짓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유머와 재미가 가득한 소설같은 에세이

이전에는 전구를 갈아 끼우는 것조차 못했던 저자가 제 손으로 집을 짓게 되다니. 초보자가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적응해 살기까지의 과정이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도시살이를 하다 산골 마을로 이사와 집을 짓는 이야기, 12년 동안 취약 계층 노동자에게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해주던 이가 적은 돈으로 작은 집을 짓는 이야기, 더불어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던 이가 집을 지으면서 회복하고 치유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은이 조광복 작가는 20대까지 방황하다 30대 들어 마음잡고 공부해서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8년 동안 노무사 사무소를 운영한 후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12년 동안 취약 계층 노동자에게 무료로 법률 지원하는 일을 했다. 소박하게 사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똥손'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적은 돈으로 직접 작은 집을 짓고 이제는 산골 마을에서 자연농으로 작은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모든 일이 첫 경험이니 좌충우돌, 우왕좌왕이다. 공구도 딱 맞춰 준비를 못 해서 멍키스패너 가지러 한 번, 줄자를 빠뜨려 또 한 번, 뭘 깜빡해서 한 번… 계속 이 모양이었다.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

설거지물을 비우고, 똥오줌을 모으고, 손빨래하는 일이 불편했다면 나는 며칠을 못 참고 집을 뜯어고쳤을 것이다. 불편함을 못 느끼기에 그럭저럭 즐기며 산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집을 지으며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바닥 난방을 하지 않고, 설거지물을 모아 텃밭에 뿌리고, 배설물을 모아 거름을 만들며 자연 순환의 삶을 실천한다. 농약과 비료,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사를 지으면서 자립을 꿈꾼다. 또한 이웃과 함께 사는 삶, 모든 생명과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다.

우리는 에세이 ‘작은 집을 짓다’를 통해 이런 자립과 자존적인, 생태 존중적인, 우정과 환대가 있는 삶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이것은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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