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재미있어서(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종합재미농장 이야기)
종합재미농장(안정화,김신범) 저 | 목수책방 출판 | 2023년 08월 30일 발행
농사짓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농사짓는 일에는 보람과 즐거움이 함께한다. 이는 농부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농사를 짓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은 농부 두 명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짓는 농사의 이야기다.
이전까지는 농사짓는 일에 대해 경험이 거의 없었던 두 사람이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들과 함께 가꾼 작은 텃밭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 땀 흘리는 노동의 즐거움, 내가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 등을 느껴보고자 농사를 한번 해보고자 한 것이다.
서울에서의 일상에 질려 유럽 여행을 떠난 정화와 신범은 대규모 유기농부터 자급자족형 작은 농장, 시민운동 차원의 공동체 텃밭까지 다양한 형태의 '농사짓는 삶'을 경험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농사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농사,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최대한 인위적인 영향을 배제한 농사, 돈이나 화석에너지가 적게 들고 우리 둘의 손으로 해낼 수 있는 농사, 내 밭에서 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규모의 농사를 꿈꾸었다. 그리고 농사가 곧 삶과 일상이길 바랐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울 생활을 접고 300평짜리 밭이 딸린 양평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농사 경험이 거의 없고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밭도 갈지 않은 상태에서 농사를 시작한 이들이 농사로 먹고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정화는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하고, 신범은 농사를 맡기로 했다.
일반적인 상업농과는 매우 달랐던 농사 규모와 방식이었지만, 작은 밭에서 나오는 다양한 채소와 곡물은 둘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게 됐다. 이 책은 정화와 신범이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자연농'을 추구하는 종합재미농장의 1년의 흐름을 다룬다. 독자는 두 사람이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채소와 곡식을 재배하고,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농사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재미난 일들을 시도하는 일련의 행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농사에 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부부는 농사가 재미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농사는 그렇게 낭만적인 노동이 아니다. 심지어 자연농은 관행농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종합재미농장은 다양한 제철 채소와 작물을 노지 농사를 할 수 있는 기간에 수확할 수 있도록 계획해서 키우고, 가능한 한 토종 작물을 구하고 씨앗으로 심어 다시 씨앗을 받는 농사를 한다. 밭의 규모는 작지만, 키우는 작물의 종류가 많고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토종 작물 위주라는 것도 특징이다. 이 '토종' 농사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 시대의 농사와 생태계의 '다양성'이 우리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각으로 이끈다. 이 책은 이들이 농사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고, 그 선택이 지속 가능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선택과 시도를 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어서 종합재미농장이 시도한 다양한 일, 이를테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농부시장 마르쉐@', 소비를 통해 농가의 생산 방식을 지원하는 패키지 판매, 비슷한 색의 다른 농가와 연계한 일자리 찾기, 생태 친화적인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정화와 신범이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은 그들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다. 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영감을 받은 선배 농부들, 농업과 관련된 기관과 프로그램, 자신들의 과거 경험을 회상하며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고자 시작한 우핑(친환경 농가 등에서 하루에 반나절 일손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활동), 사진전 등- 이처럼 농부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들은 지금도 자연에 따라 살아가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도 영감이 되길 바란다.
농사짓는 일의 어려움과 즐거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이야기, <농사가 재미있어서>는 농사짓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현재,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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