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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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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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색목록 '위기(EN)' 등급의 레서판다, 전세계에 약 1만 마리 남아
· 유전적으로 대왕판다와 거의 무관한 레서판다의 습성
· 레서판다를 키우고 싶다는 환상, 바람직하지 않아
쿵푸팬더 등장 캐릭터 마스터 시푸, 드림웍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의 스승 '시푸'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여러 SNS 게시물에서 보여준 귀여운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레서판다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전세계에 약 1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레서판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적색목록 '위기(EN)'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레서판다는 이름에 '판다'가 들어가지만, 유전적으로 대왕판다와는 거의 무관하고 오히려 라쿤, 족제비와 가까운 종이다. 그러나 재밌게도 영어로 '레드 판다(Red panda)', 간혹 '작은 판다'라는 뜻에서 '레서 판다(Lesser panda)'라고도 칭하며 중국에서도 작은 판다라는 뜻의 '小熊猫'라고 부른다. 네팔에선 'Nigalya ponya', 즉 '대나무를 먹는 동물'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어원이라 대왕판다와 묶여 함께 판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Unsplash의 Joshua J. Cotten
레서판다는 잡식성이지만, 대나무가 주요 식량이기 때문에 대나무 숲이 형성된 온대림에서 주로 서식하며, 본래 서식지는 네팔, 인도 히말라야산맥과 중국 서부 숲 등지다. 현재는 서식지 감소와 불법 포획, 밀렵, 주요 식량 대나무의 감소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번식기를 제외하고 홀로 생활하는데, 암컷의 경우 1년 중 단 하루만 가임기라 임신율이 낮다. 그 때문에 개체수가 늘기 어렵고, 근연종이 없어 인위적인 종 복구도 어렵다.
또한 대체로 서늘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해 질 녘부터 동이 틀 때까지 활동하는 습성이 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레서판다의 경우도 밤에 활동량이 많은 편이다. 반면 낮에는 거의 잠을 자는데, 본래 야행성이기도 하고 고지역 등지에서 사는 동물이라 추운 날씨에는 강하지만, 한국처럼 여름이 덥고 습한 날씨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소리에 워낙 민감한 동물이라서 유동 인구가 많고 시끄러운 동물원의 환경에서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Unsplash의 Daniel Diesenreither
레서판다는 그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아 밀렵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원 사육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레서판다는 가정에서 기르기 적합한 동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야생성이 강하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인터넷 영상에서 보이는 레서판다의 애교 넘치는 모습은 새끼 시절의 모습일 뿐이고, 성체가 되면 오랫동안 돌본 사육사의 손길도 거부할 정도로 예민하다. 그러므로 환상을 가지고 레서판다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동물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레서판다의 귀여움에 주목하고 그 관념적 이미지만 소비하기보다 그들의 서식지 복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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