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외출에 사살당한 멸종위기동물 '사순이'

· 멸종위기 2급 '판테라 레오' 종으로 3만 마리 정도만 남아
· '생츄어리(Sanctuary)’ 필요성 대두

최윤서 승인 2023.08.29 16:26 의견 0
사순이 일러스트 ©최윤서

이달 14일 경상북도 고령군의 한 민간목장에서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했다. 사순이는 우리에서 20m 정도 떨어진 숲속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다가 탈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사살당했다. 20살가량으로 알려진 사순이는 멸종위기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으로 전 세계에 약 3만 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평생을 4평 남짓의 사육장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살다가 생애 첫 외출이 인생의 마지막 외출이 되었다.

■ 사순이는 꼭 사살당해야만 했을까?

사순이는 성격이 온순하여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농장 인근 캠핌장 방문객들도 사순이를 보러와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농장 주인 A씨는 ‘사람이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고 말했다.

고령군 관계자는 ‘마취총을 쐈다가 빗나가면 도줄할 수도 있어 주민 안전을 위해 사살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사순이를 즉시 사살한 것은 지나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포획 시도나 숙고의 과정 없이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길러진 사순이를 즉시 사살한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 농장 사자, 사순이가 마지막

지난 20일 환경부의 위험 동물 개인 보유 현황 조사에 따르면, 개인 농장에서 생활하는 사자는 사순이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밀수된 개체가 없다면 향후에도 개인이 사자를 사육하는 경우는 없을 예정이다.

한편, 2005년 이전에는 멸종위기 야생 동물을 들여와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행위가 허용이 됐지만 이후 법이 제정되어 멸종위기 야생 동물에 대한 개인 사육이 금지된 바 있다.

■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생츄어리'로의 전환 필요

부적합한 전시시설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18년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뽀롱이’, 울산 개인 농장시설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3마리, 얼마전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까지 최근 10년간 동물원 보유 동물 탈출소동만 10차례가 있었다.

동물 탈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열약한 시설. 자연에서 있어야 할 이들에게 시멘트 바닥과 창설을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물들을 그저 구경거리로 만들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원 대신 야생동물의 개체를 보호하고 나아가 교육할 수 있는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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