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름다운 가게'의 천사들

김세련 승인 2023.07.27 16:29 | 최종 수정 2023.08.16 16:07 의견 0
▲ 새로 들어온 신상 기부품 중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 김세련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일명 '아나바다 운동'으로 1997년 외환 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에 등장하였으며, 당시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물자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말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버리지 말고 다시 사용하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는 캠페인이었다.

IMF 이후에도 벼룩시장과 같은 형태로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 있어왔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불편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시간을 맞춰 찾아가기 곤란하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부스 모집 시간을 놓치면 물건을 팔 수 없으며 기부 물품 역시 양이 많지 않아 부스 판매자로 가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된다.

이러한 단점 없이 상시로 운영되면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물품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아름다운 가게'이다.

아름다운가게(Beautiful Store)는 2002년에 출범한 비영리기구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수익금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자원봉사자와 구매자 모두를 '천사'로 칭한다.

▲ 다양하고 깨끗한 기부물품들. 유명 애니 장난감도 많이 볼 수 있다. © 김세련


아름다운가게의 첫 인상은 의외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가게 이름만 들어서는 이 가게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파는지 감이 잘 안 잡혔기 때문. 조금 더 직관적인 이름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편, 매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말 기부를 받아줄까? 거절당하면 어쩌지? 등의 여러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상상했던 크기보다 더 아담한 정사각형의 매장이라 한 번 놀랐고, 이렇게 생활권 가까이에 업사이클링 매장이 있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또한 가게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갔더니 생각보다 방문자가 많았다.

▲ 한때 누군가의 꿈이자 취미였을 악기들.
바이올린을 비롯해 손에 들고 연주할 수 있는 소형 악기들이 많았다. © 김세련


기자가 방문한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점은 2004년 아름다운가게 14호점으로 문을 열어 17년간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였다.

물품기부 신청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직접 가까운 매장을 방문하여 기부할 수도 있고, 물건이 많을 때는 3박스 이상이면 방문 수거 신청을 하여 아름다운가게에서 직접 수거하도록 한다. 편의점택배 기부 서비스도 오픈하여 운영 중이다.

기부물품은 판매 가능한 것을 골라 전국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판매되며 그 수익금은 국내외 소외 이웃을 돕거나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공익 활동을 위해 사용한다. 물품을 기부한 이들에게는 소정의 기부금이 책정되어 추후 연말정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집에서 아이가 읽지 않던 동화책 묶음을 기부하고 싶었는데, 아동도서를 기부하려면 최근 7년 이내 출간한 것이어야해서 기부하지 못했다. 이처럼 미리 홈페이지에서 기준을 살펴보면 좋다.

기존에 운영되던 무료택배 서비스는 중단되었다.

전국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는 이렇게 엄선된 물건들을 시민들이 구매할 수 있다. 주로 개인이 기부해 준 물품이 많지만 기업, 기관 등에서 기부해 준 물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의료기기를 비롯해 보기 드문 국악 악기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물품은 옷과 봉제 인형들이다. 옷은 가급적 계절에 맞춰 진열을 바꾸기에 구경하는 재미도 참 쏠쏠하다.

▲ 아름다웠던 티포트. 이동중 파손 우려가 있어 구매는 보류했다. © 김세련

아름다운가게에 방문할 때는 가급적 물건을 담아 갈 가방을 챙겨가는 게 좋다. 매장에 시민들이 기부한 종이가방 등이 있지만, 원하는 크기를 찾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게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의 연령층은 대부분 중년, 노년층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손님들 방문이 늘었다고 한다.

▲ 다양한 헤어 악세사리들이 모여있다. 머리띠, 시계 등 여러 악세사리가 섞여있기도 했다. © 김세련

▲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점에서 구매한 책 두 권. 총 만원의 기쁨이다. © 김세련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띄는 품목은 다름아닌 책이었다.

작가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책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지만, 자원 순환을 생각하면 이렇게 중고책 구매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 아름다운가게의 전경. 호우피해 현수막이 유독 눈에 밟힌다. © 김세련

가게에 들어설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현수막이, 가게를 나서려 하자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 모금 활동이지만, 오늘의 기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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