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사진=삼성물산]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대한민국에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보내왔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자리를 잡고 자연임신에 성공해 2020년 7월 20일에 건강한 판다를 출산하였고,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푸바오(福寶)’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처럼 푸바오는 탄생 이래로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일 소셜미디어에는 푸바오의 사진과 영상들이 게재되고 팬들에 의해 재생산된 일명 ‘짤’이 되어 무수히 리포스트 된다. 지난 7일에는 엄마인 아이바오가 쌍둥이 동생 출산에 성공해 푸바오가 맏언니가 되었는데, 이에 중국 외교부가 축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동물 외교의 시작
중국이 판다를 외교 선물로 보내게 된 것은 1941년 장제스 전 대만(당시 중화민국) 총통의 부인인 쑹메이링 여사가 중일전쟁에서 중국을 지원해준 미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 쌍을 선물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1946년에 영국에도 한 마리를 선물했는데, '판다 외교'라는 말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가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중국은 상호 친선을 목적으로 러시아, 북한, 한국, 미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등 십여 국이 넘는 나라에 60마리가 넘는 판다를 보냈다.
■ 동물 외교, 판다뿐일까?
중국이 미국에 보낸 판다가 워싱턴 동물원에서 12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을 모으는 등 큰 사랑을 받자 미국 내 차가웠던 중국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사인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소프트파워를 운운하며 동물을 앞세운 외교를 시작했다.
1995년 한국은 미국 하와이에 제주도의 조랑말을 보냈다. 뉴질랜드는 국조(國鳥)인 키위를 미국에, 호주는 코알라 네 마리를 싱가포르에 보냈다. 캐나다는 영국 여왕에게 비버 두 마리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한국에 시베리아호랑이 두 마리를 선물로 보내왔다. 2013년에는 중국이 한국에서는 멸종된 따오기를 기증하기도 하였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한 쌍을 선물 받으며 남북 간의 우호를 다지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 외교는 군, 경제 외교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소프트파워의 상징이 되었다. 멸종 위기의 희귀동물같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동물을 주고받은 나라 간에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어 줄 뿐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 멸종 위기 동물의 복원 사업과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아기 판다 '푸바오'[사진=에버랜드]
그러나 동물 외교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지 6일 된 새끼 판다가 폐렴으로 급사하자 중국에서는 일본이 판다를 죽였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러시아가 대한민국에 보낸 시베리아 호랑이로부터 공격받은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중태에 빠지자 호랑이의 거처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뉴질랜드로부터 받은 키위새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가 예민한 성격의 키위새를 괴롭히는 일이라며 뉴질랜드인들의 다시 돌려보내라는 요구에 동물원이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 푸바오, 내년 중국으로 떠난다…'외화벌이 수단' 비판도
중국으로부터 받은 판다는 기증이 아니라 임대의 형식을 띠고 있다. 1984년 이후 개체 수 감소를 이유로 판다를 받은 국가는 매년 백만 달러에 가까운 임대료를 중국에 지급해야 하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돌려보내야 한다. 또한 '모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라는 원칙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 역시 생후 4년 차가 되면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 중국은 판다를 대여한 나라들로부터 받은 임대료를 판다 보호 연구센터 유지와 판다 종족 보전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판다 임대를 통해 경제적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를 일컫는 '판다노믹스'라는 말까지 생겨나면서 판다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판다를 임대한 나라들이 매년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와 더불어 까다로운 식성을 가진 판다의 유지비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국에 조기 반환하는 일이 잦아지고, 미국에서 판다의 학대 혐의까지 제기되자 동물보호단체(PETA)가 나서 판다처럼 가족, 친구와 유대 관계가 돈독하고 사회적인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선물처럼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에 처한 멸종위기종이었던 판다는 중국의 대대적인 보호정책으로 개체 수가 안정되기 시작해 2021년 멸종 위기 등급이 '취약(VU, Vulnerable)'로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동물 외교는 멸종위기동물 복원 사업과 생물다양성 증가 등의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대게 문화 교류와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목적이 달성하는 결과와는 별개로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국제적인 도덕적 책임이며, 관련 국가 및 기관들은 이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 동물 외교가 국제적인 멸종 동물 보전과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동물 보호와 권리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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