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사료 산업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가
· 실험실 동물 착취와 멸종위기 종으로 생산된 고급 사료
· 친환경적인 반려동물 사료 산업, 추가 연구 필요해
육류 산업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자명하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나 차지하며 그 어떤 운송업보다 지구온난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축산업이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건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크로켓과 파이 형태의 사료를 먹는 개와 고양이들도 육류 식단을 중단해야 할까? 우리의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에게도 채식주의가 답일까?
ⓒUnsplash의 Andrew S
반려동물 사료 산업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가
개 한 마리는 평균적으로 매년 164kg의 신선한 고기를 먹고, 10,000km를 주행하는 도요타 랜드 크루즈 2대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프랑스의 로버트 베일 교수는 "Time to Eat the Dog? (개를 먹을 시간이 왔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매년 약 3억 3천만 톤의 고기가 지구에서 생산된다. 삼림 벌채, 물과 살생물제 사용, 화석 연료의 연소 등… 이 산업에 의해 야기된 환경 파괴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소비 패턴에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1,500만 마리의 고양이와 750만 마리 개들의 식욕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에 의하면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제품 소비에 매년 약 6천 4백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7억 5천 3백만 대의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배출량이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은 육류 소비자가 아니라고 반론한다. 대부분의 동물 사료를 구성하는 고기 재료는 인간이 남긴 육류를 재활용하는 데서 나오므로, 그들은 어떤 살육에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축을 도살할 때 패션, 문화, 식용 산업에 쓰일 부위를 제하고 버려지는, 소위 '부산물'로 불리는 폐, 뼈, 비장, 고환, 식도, 간, 심장 등의 장기 부위를 포함한 고기 조각이 동물 사료의 재료로 쓰인다.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연맹(Facco)은 광고 클립에서 이런 재활용이 "매년 60만 톤 이상의 낭비를 줄이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험실 동물 착취와 멸종위기 종으로 생산된 고급 사료
현재 반려동물 사료 산업에서는 더 소화가 잘되고 알레르기를 줄이는 사료를 개발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교한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기 위해 수행되는 동물 실험은 간과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사료 연구에 쓰이는 '실험실 동물'에 대한 처우에 관해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것.
또한 사료 성분표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는데, 미국에서는 사료 성분에 멸종위기 상어 종의 조각이 포함되어 논란이 된 적 있다. 2019년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의 연구원들이 닭고기, 생선 필레로만 만들었다고 광고하는 87개의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그중 21개 사료가 서로 다른 상어 종의 미세 DNA 조각을 포함하고 있었다. 생물학자 디에고 카르데아오사는 "그들 모두는 IUCN 적색 목록에 근거해 멸종위기 '취약' 등급에서 '위기'에 처한 종이다"라며, "심지어 어떤 제품도 상어가 포함된 연골어류 성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성분표 기재에 관해 더 엄격한 법률적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친환경적인 반려동물 사료 산업, 추가 연구 필요해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멈춰야 할까? 미 UCLA의 지리학자 그레고리 오킨 박사는 "개와 고양이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다른 동물들(새, 토끼, 햄스터 등)을 기르는 것이 환경 측면으로는 더 낫다"며, 또한 "업계 전반에 걸쳐 과식과 낭비를 줄이고 대체 단백질 공급원을 찾기 위한 동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의 채식 식단과 같이 육류 음식에 대한 대안은 이미 존재한다. 반려견 채식 사료 시장은 성장세를 보인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약 90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의 완전 채식 반려동물 사료가 판매되었고, 국내서도 로얄캐닌, 내츄럴발란스, 드림펫푸드 등에서 식물성 단백질 사료나 채식 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2022년 관련 연구에서 영국 링컨 대학의 연구원들은 채식이 개들의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 장기적으로 반려견의 식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곤충에 있다. 프랑스 기업 ÿnsect는 딱정벌레를 개, 고양이, 그리고 인간을 위한 음식으로 만들고 있다. 시장의 선두 주자인 이 기업은 현재 아미앵 섬에 세계에서 가장 큰 수직농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회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 고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미국의 반려동물 사료 업계 스타트업 회사인 'Because Animals'가 배양된 쥐 세포로 만든 고양이 간식을 개발했다. 이 첨단 기술은 동물을 도살할 필요가 없어서 보다 윤리적이지만, 에너지 비효율적이며 아직은 실효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참고 기사
- 조홍섭, "당신의 반려동물이 상어를 먹는다?", 한겨레
- Emmanuel Clévenot, "Croquettes, pâtées... Chiens et chats détraquent aussi le climat", Reporterre
- Lora Kolodny, "Meet the company making mouse meat cat treats without harming animals",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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