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외치고 있으면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누군가에겐 ‘환경을 위해서’라는 대의를 가지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은 영 와닿지 않을뿐더러, 쉽지도 않아 보인다. 또 어쩌면 그들에게 제로 웨이스트 상품은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과연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뉴노멀’이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을 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도 선택할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 사람들의 일상에 맞닿아 있는 제품으로 누구든 자연스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곳. 디어얼스의 권용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어얼스' 권용진 대표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디자인 기업 디어얼스 대표 권용진입니다. 본래 영양학을 전공하고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에서 영양상담, 건강관리 서비스 기획, 기능성 식품 개발과 같은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제로 웨이스트 브랜드인 디어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제로 웨이스트 숍 디어얼스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퇴근길에 우연히 고래 배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기사를 본 게 시작이었어요. 직장 다니며 매일 커피를 사 마시고 일회용 컵은 분리배출을 했는데, 그동안 컵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거든요. 그날부터 바로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제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일회용 컵에서 시작해 일회용품,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제가 실천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조금이나마 달라질까 싶어 SNS를 시작했고,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실천 방법을 궁금해하시는 분들과 소통하며 제로 웨이스트 대안 제품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어요. 그렇게 국내에서 제일 구하기 어렵게 느껴졌던 고체 치약 제품을 준비하면서 제로 웨이스트 숍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Q. 디어얼스가 벌써 만으로 3년이 되었다고요, 그동안 운영을 하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로 웨이스트’의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선 사례를 찾기 어려워 그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면서도 환경에 해가 덜 가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니 고민도 많아졌고요.
무엇보다 디어얼스를 통해 선보이는 모든 것들을 어떤 기준, 즉 우리만의 분명한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글과 말로 정의하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 이제는 디어얼스가 어떤 신념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점을 못 느끼실 수도 있지만 3년 만에 드디어 조금 더 일관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Q. 디어얼스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프롬 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호칭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디어얼스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거 같은데요. 디어얼스는 ‘Dear. earth’, 지구에게 편지를 쓰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의 지구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이름인데요. 이 이름의 연장선으로, 일상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사람들, 지구에 편지를 쓰는 사람들을 ‘프롬(From)’으로 칭하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천하는 모두가 프롬이 되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디어얼스와 소통하는 분들을 ‘프롬’으로 칭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프롬’이라는 호칭이 무의미할 만큼 모든 사람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길 바라요.
Q. 디어얼스의 SNS와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보면, 이 매장을 ‘공간’이라기 보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표님께 디어얼스란 어떤 존재인가요?
여러 편의상 저희 공간도, 제품 이름들도, 회사 이름도 모두 디어얼스로 통일하고 있는데요. 제가생각하는 디어얼스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실천하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디어얼스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터전과 일상을 지키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디어얼스가 말하는 것, 보여주는 것, 선택하는 것, 그 과정들을 더 깊게 봐주셨으면 해요. 요즘은 그런 면면을 더 보실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아카이브 게시판을 만들어 더 깊은 생각과 과정들을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디어얼스에서는 친환경 상품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개발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제품을 개발 중인가요?
기존에는 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심으로 개발했었고, 최근 주방에서 사용하는 설거지 비누와 손 비누를 론칭했어요. 욕실만큼 플라스틱, 일회용이 많이 쓰이는 공간이 주방이라 주방에서 더 쓰임 좋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선보인 설거지 비누는 익숙한 듯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물건이기도 해요. 저희가 설거지 비누를 론칭하며 바라는 점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도 선택할 만한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이에요. 페퍼민트 오일로 향을 내어 설거지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상쾌하게 느껴졌으면 하고요.
또 설거지 비누와 함께 레몬그라스 손 비누를 론칭했는데, 이 제품은 주방에서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지 않는 제 일상에서 시작됐어요. 주방에서 요리하다 보면 손을 자주 씻을 수밖에 없는데 다들 그렇듯 주방세제로 손을 씻곤 하잖아요. (웃음) 그런데 액체 주방세제는 원래 물에 풀어서 쓰는 제품이라 손 씻는데 적합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설거지 비누로 손을 씻을 때보다는 손이 건조하지 않고, 산뜻한 향이 났으면 했어요. 제품 개발 당시 실험단 분들께 의견을 구한 결과, 필요성이 높으면서도 써본 후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주방에서 쓰임이 좋은 다회용 패브릭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가능하다면 제 전공을 살려 식재료 혹은 먹는 것들과 관련된 제품도 선보이고 싶고요. 저희가 선보이는 제품들은 일상과 매우 가까이 맞닿아 있는 것들이라서 아마 한동안은 주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주방 공간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싶어요.
Q.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이나 콜라보 활동도 있나요? 혹은 올해 꼭 해보겠다 계획하신 환경 관련 활동이 있을까요?
작년에도 한 번 진행했었는데, 올해도 친환경 숙소와 콜라보할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해요. 현재 숙박업소에서 일회용 어메니티 제공 금지 시행의 과도기에 있는데요. 많은 숙박업소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워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발생하고, 포장재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고체형 어메니티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콜라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SNS,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 공지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콜라보 이벤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협업에 열려 있답니다. 디어얼스와 함께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편한 마음으로 제안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환경 오염,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되면서 친환경 제품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많은 친환경 제품이 나오고 있고 선택지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제품이 많이 나와서 말씀해 주신 대로 선택지가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인지 친환경 제품 고르는 팁을 물어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친환경 제품 중에는 친환경 요소들이 각각 달라요. 어떤 건 쓰레기를 줄여서, 원료가 유기농이거나 친환경 원료라서, 어떤 물건은 가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서, 또 어떤 물건은 재활용이 잘 되거나 재사용이 가능해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어요. 제품에 따라 환경적 이점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는데요. 친환경 제품들도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만큼, 소비자가 이런 제품의 면면을 모두 고려해서 구매하기도 조금 어렵다고 생각돼요.
Q. 그러니까요.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의 입장에선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요. 혹시 친환경 제품 고르는 팁을 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물건이든 포장재를 보면 그 포장이 향후 환경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비교적 눈에 잘 보이는 편이라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재활용이 비교적 용이한 단순한 형태의 포장이 쓰인 물건을 찾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물건을 구매할 때 친환경 제품을 먼저 찾고, 어떤 방면에서든 친환경 여부를 우선순위로 두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대에, 생활 습관에 잘 맞는 제품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도 좋지만, 친환경 제품이라 괜찮다는 마음으로 마구 사용하기보단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더 오래, 소중히 사용하는 습관도 매우 중요해요. 물건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습관! 모두가 쉽게 해볼 수 있는 실천 팁이 될 거 같습니다.
Q. 기본적으로 소비를 지양하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 ‘숍’은 어쨌든 물건을 팔아야 매장이 유지되는 만큼, 그 상충하는 부분에서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대표님은 어떠신가요?
처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시작한 후에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게 소비를 부추기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제로 웨이스트는 기존에 포장 낭비가 심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지, 소비 자체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로 웨이스트 제품이 집안의 많은 물건 중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일회용이던 물건들을 재활용이 용이하고 간결한 포장의, 일회성이 아닌 다회용 제품으로 대체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 지양이 기본이 아닌, 불필요한 소비와 과잉 소비를 지양하는 것을 기본으로,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기업도, 소비자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지속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Q. 그 밖에 최근 가장 관심이 가는 환경 문제가 있다면요?
새로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전공이 영양학이라 비건과 환경 관점의 식문화에 오래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디어얼스에서 이야기하는 맥락과 마찬가지로, 저는 먹거리에서도 느슨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열린 생각과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비건 식품이 다양하게 나와서 많은 분이 애용하고 있는데, 비건 식품이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공 과정과 그로 인해 쓰이는 에너지, 가공으로 인해 더 필요하게 된 포장재 등이 장기적으로 우리 환경과 건강에 이로운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디어얼스를 통해서 앞으로 이런 생각들도 차차 나눠보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친환경 제품 사용에 대해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분들의 대다수의 이유는 ‘환경을 위해서’인 경우가 여전히 많아요. 하지만 저는 꼭 환경을 위해서’만’ 친환경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내가 사는 공간이 더 깨끗해지고, 내가 살아가야 할 지구가 더 건강해져야 나도 건강해질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담아 물건을 구매한다면, 자연스레 친환경 제품들을 선택하게 된답니다. 모두의 바람인 건강한 생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친환경 제품을 선택해 보시길 바라요. (웃음)
- 사진 제공: 디어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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