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디즈니
모아나에 나온 그 가오리
대왕쥐가오리의 영어 명칭은 '자이언트 만타(Giant manta)' 또는 '자이언트 오시애닉 만타 레이(Giant oceanic manta ray)'다. 이들은 새가 날 때처럼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헤엄친다. 이름에 들어가는 '만타(Manta)'는 스페인어로 넓고 평평한 담요를 일컫는데, 만타 가오리가 넓은 양 날개를 펄럭거리며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왜 이러한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타 가오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한다. 디즈니 프린세스 모아나의 할머니는 죽으면 만타 가오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자주 말하는데, 사후 거대한 만타 가오리가 되었다.
ⓒ모아나, 디즈니
머리에 뿔이 달린 것 같은 실루엣이 악마를 닮았다 하여 '데블피시(Devilfish)'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별명과는 딴판으로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아주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을 이빨로 걸러 먹는다.
대왕쥐가오리는 매가오리목, 쥐가오리과에 속하는 바다 어류의 일종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현존하는 가오리 중 가장 거대한 종으로, 큰 개체는 고래와 맞먹을 정도로 크다.
가장 거대한 가오리의 일종이라 날개 너비가 평균 2~5m 정도 되는데 가끔 날개 너비가 6m를 넘는 개체도 꽤 목격되며 최대 9.1m까지 자란 개체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체중 또한 무려 3t 정도다.
등 색깔은 검은색, 배는 흰색이며 등과 가슴지느러미 끝에는 흰색 무늬가 있다. 개체에 따라서 무늬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러한 특징으로 개체를 식별하기도 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엄쳐야 하는 동물
대왕쥐가오리는 완전히 연골로 구성된 골격이 특징인 연골어강 또는 연골어류 종류에 속한다. 연골어류는 부레나 폐가 없다. 바깥쪽으로 열린 5~7쌍의 아가미로 숨을 쉰다. 연골어류는 물이 아가미를 통과하도록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헤엄치는 동물이다.
전 세계의 열대 지역과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해 있는 대왕쥐가오리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원양 어류이기도 하다. 남부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주부터 뉴질랜드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가 차가운 대한민국 근해에서는 매우 보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인근 등 가끔 발견된 적이 있다.
산호초 지대에서 모습을 많이 드러내며, 특히 햇빛이 잘 드는 표층에서 살아간다. 보통 단독 생활을 하지만 섭식 및 번식 활동을 할 때는 소규모 무리를 짓기도 한다.
PHOTOGRAPH BY ENRIC SALA, NAT GEO IMAGE COLLECTION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어류?
대왕쥐가오리는 지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대비 기준으로 몸과 뇌 비율이 가장 큰 어류가 대왕쥐가오리다. 다른 어류에 비해 5배나 큰 신체-뇌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온 동물인데, 연산을 해야 할 때는 뇌 부분만 온도를 올려서 활성화가 가능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다른 어류에 비해 특히 학습, 문제해결, 의사소통 면에서 발달하여 있고 장난치길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다. 심지어 미러 테스트(Mirror test, 동물이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는지, 즉 자의식을 가졌는지 증명하는 실험)를 실시한 결과 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행동과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자의식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참고로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와 돌고래, 코끼리, 비둘기, 18개월 이상의 인간 어린이 등이 있다.
남획에 취약한 대왕쥐가오리
대왕쥐가오리 암컷은 몸의 폭이 5m에 이르러야 번식을 시작하고 2∼3년에 한 번 1년 동안의 임신 끝에 새끼를 1마리 낳는다. 수명은 40년이다. 느리게 자라고 장수하며 번식률이 낮아 전형적으로 남획에 취약한 종이다.
현재 불법 어업과 혼획으로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온순한 성격과 거대한 덩치 때문에 밀렵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이다. 국제적 거래가 규제되고 에콰도르에서는 어획이 금지됐지만 어장에서 연승이나 건착망에 종종 혼획되기도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9년 이 가오리의 보전 등급을 취약에서 위기로 상향 조정했다. 위기 등급까지 오른 것은 쥐가오리 중 대왕쥐가오리가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대왕쥐가오리 판매 현장, Photo by Dr. Andrea Marshall
미셸 게레로 에콰도르 해양 대형 동물 재단 연구원은 “에콰도르와 페루에서 이 가오리 포획은 각각 2010년과 2016년 금지됐지만 불법 어획과 혼획 위협은 여전하다”며 “대왕쥐가오리는 수온 변화와 그에 따른 먹이 변화에 민감해 기후변화에도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 참고 자료
조홍섭, "9m에 3천㎏…이런 ‘대왕쥐가오리’가 에콰도르에 2만마리", 한겨레
"만타가오리 특징, '악마가오리'라 불리는 이유는? 알고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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