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타의책장] 매력적이고 불편한 동화, '숲의 사람, 몽이'
소설에도 동화에도 없었던 독보적인 소재와 주제 ‘이종장기이식 영장류 실험동물’ 이야기, 생명 연장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동화
김승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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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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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사람, 몽이』 정순영 지음, 봄눈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공모 선정작
"소설에도 동화에도 없었던 독보적인 소재와 주제
‘이종장기이식 영장류 실험동물’ 이야기
생명 연장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동화"
동화의 주인공인 8살 오랑우탄 몽이는 5살 때 포획되어 인간들의 세계로 들어와 영문도 모른 채 한국으로 이송되어 이종장기이식 영장류 실험동물 8번이 된다. 그곳에서 같은 처지의 남성 오랑우탄 오딘과 긴꼬리작은원숭이들, 그리고 몽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유전자 조작 미니돼지 리뉴를 만난다. 그들이 함께하는 짧고도 긴박한 나날, 절망 속에서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분위기로 주인공 몽이의 내면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지상낙원인 줄 알았던 보금자리에서는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낌새를 알아챘을 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촉박하다. 탈출을 계획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오가는 동물들의 대화에는 저마다 삶에 대해 원하는 바가 무엇이며 얼마나 다른지 드러난다. 이들은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숲의 사람, 몽이』는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세계를 돌아보는 내용으로 줄거리가 흥미롭다. 특히 소재와 주제가 독보적이라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야기 속에는 실험군, 공여군 동물들의 시선뿐만 아니라 그 동물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야 하는 인간들의 자세도 담겼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이 동화를 읽다보면 조금은 어렵고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문학적 상상력 속에 녹여낸 그 진실을 깊고 넓게 살펴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동화는 세상에 무수히 많을 몽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대표하는 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숲이 아닌 뜻밖의 장소에서 인간의 필요와 요구로 황당한 일을 겪고 있을 것이다. (중략)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몽이’를 알았으면 한다. 이 눈부신 생명공학의 발전 속에는 미니돼지와 영장류의 희생이 있다는 사실도……. 그들에게도 생명으로서 가진 기본권리가 있고, 꿈이나 사랑도 있을 거다. 그것을 우리가 다 알 수 없다고, 헤아릴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몽이, 오딘, 리뉴, 미미, 1번~7번 돼지, 그리고 1번~5번 원숭이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_정순영 ‘작가의 말’ 중에서
[먼저 책을 읽은 어린이들의 독후감]
그녀는 숲의 사람인데도 숲에서 살 수 없고, 숲에서 살고 싶다. 이 책은 그런 한 오랑우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략) 사실, 리뉴의 꿈은 바깥세상에 나가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비록 살아서는 아니지만, 리뉴는 바깥세상이자 숲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몽이는 리뉴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리뉴는 늘 몽이의 한쪽 눈에서 살아 숨 쉴 거다. 자유로운 숲에서 뛰어다니며._황연후(6학년, 샘말초)
어느 기사를 봤는데, 어떤 화장품이 사람을 아프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화장품은 동물에게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즉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반드시 이롭다고 볼 수 없다는 거다. 이 책은 매우 현실적이고 이슈가 될 수 있는 주제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오랑우탄과 원숭이들의 생각까지 알 수 있어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_이주형(1학년, 운중중)
나는 동물실험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실험에 관련된 동물들이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애초에 동물실험의 성공확률도 7%쯤 된다고 한다. 운 좋게 성공하더라도 사람에게 부작용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몇십 번 정도 더 실험할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면 동물 몇백 마리가 더 죽을 것이다._원정혁(2학년, 운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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