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처방전#2] 사람과 동물의 정체불명 광사(狂死), 해양오염

박소은 승인 2023.03.16 13:00 의견 0
미나마타병 시위를 하는 일본인들 ⓒjapantimes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허파로 들어오는 계절의 냄새.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맑은 공기와 선명한 사계절을 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지구는 크고 작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1년 째 꺼지지 않는 산불,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열대야까지! 대체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산업화 이후 1.5도씨 상승해버린 버린 지구의 체온 지구가 보내는 위험한 신호를 인지하고 고열을 앓는 지구를 치료하는 시간 '지구처방전'

요약

- 1950년대 초 일본 미나마타시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동물과 사람이 이상증세를 보이며 죽어가는 사건이 발생

- 의사는 단순히 이를 광사(狂死)라 판단했지만,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에 의한 중금속 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짐

- 미나마타병 사건 이후 일본 당국은 유류 이외의 유해오염물질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며 해양 오염 근절에 앞장섬

작은 어촌 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광사

1950년대 초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의 작은 어촌 마을, 새들이 하늘을 날다 바닥으로 추락하고 땅에 코를 박고 물구나무서기를 반복하며, 죽는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닭과 돼지는 발작을 일으켜 불속이나 바다로 뛰어들었으며, 검붉게 변한 바다 위로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이러한 괴질현상은 동물뿐 아니라 미나마타시의 주민들에게도 나타났다. 일부 주민들은 손발이 뒤틀리고 혀가 마비돼 몸을 가누지 못하며 고통에 호소하기도 했다.

지역 전반에 유행하는 이 중앙 신경계 질병은 의사조차 원인을 알지 못해 막연하게 ‘광사(狂死)’로만 기록됐다. 더불어 이전의 경고도 없이 환자들에게 감각의 상실과 손발의 무감각을 가져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증상들은 악화됐고 심각한 경련, 혼수 상태에 빠진 후 결국 죽음이 뒤따랐다.

지구가 보내는 두 번째 위험신호. 지구는 대체 어떤 병을 앓고 있는 걸까?

일본의 4대 공해병, ‘미나마타병’ 사건

앞서 언급한 사건은 일본 4대 공해병으로 불리는 ‘미나마타병’의 시초인 ‘1950년대 일본 미나마타병’ 사건이다. 본 사건은 1956년 5월 1일 미나마타 내 신일본질소비료 부속병원 원장이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한 보고서를 시 공중보건소에 제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구마모토현의 조사 의뢰를 받은 구마모토대 연구팀에 의해 이 중추신경 질환의 원인이 어패류에서 비롯된 중금속 중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책임의 화살은 폐수 배출 의혹을 사고 있는 신일본질소비료 자사에게 돌아갔다. 더불어 연구 결과 많은 양의 수은이 물고기와 갑각류, 그리고 바다의 진흙에서 발견됐다. 심각한 오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주축인 신일본질소비료측은 위로금 30만 엔 지급 계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본질적으로 ‘해양 오염’과 연관이 깊다. 해양 오염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유입된 물질이 수질을 악화시키거나 연쇄적인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크게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 빛공해 오염, 플라스틱 오염이 있으며 미나마타병 사건의 경우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최종적으로 해양에 도달하기에, 이 중 잔류성이 강한 물질들은 해양에 머물며 고농도로 축적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해양 오염으로 신음하는 지구에게 맞는 맞춤형 처방전을 내려보자.

ⓒ박소은

각종 해양 오염 방지법을 고심하는 국가들

미나마타병으로 몸살을 앓은 일본의 경우 ‘해양오염방지법’을 두어 해양환경의 보전 및 국민의 생명 보호를 실천하고자 한다. 1954년 해양 내 유류 배출만을 제한했던 것과 달리 1973년, 유류 이외의 유해오염물질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해오염물질의 적정한 처리 방법과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해상재해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환경 보존을 위해 2007년 ‘해양환경관리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환경관리법은 개괄적인 규정에 한정되어 해양폐기물 및 오염퇴적물의 실태조사, 수거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19년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을 추가로 제정하여 기존 법률의 보충을 도모했다.

이와 더불어 해양수산부의 ‘해양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1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해양 생태계는 그 범위가 광범위해 오염의 심각성이 간과되기 쉽다. 인류의 관심이 무뎌지는 것과 반비례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해양환경 오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깨끗해지는 바다

그렇다면 이제는 개인인 우리가 지구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들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매년 최대 1,27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건강한 바다를 위해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하자.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지속 가능한 해산물을 구매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산물을 공급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어획의 과정에서 바다를 병들게 하는 기업도 있다. 마트에서 해산물을 살 때, 제품에 부착된 라벨을 확인한 뒤 의식적으로 한 번 더 고민해보고 해산물을 구매하는 건 어떨까?

오늘의 처방전을 통해 지구를 위한 당신의 작은 습관이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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