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안산시가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466톤,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까지 합치면 그 이상임. 해양쓰레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안산 대부도에 비치코밍을 나감.
· 비치코밍이란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이 유리조각이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것을 말함.
· 안산 대부도에서 2시간동안 주운 쓰레기의 양은 무려 30kg, 대부도 주변에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발견하기도 어려웠음.
2020년 안산시가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466톤. 해양 깊숙이 들어가거나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미친 쓰레기까지 포함하면 그 양은 상상 이상이다. 해양쓰레기는 60~70%가 육지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여전히 해양쓰레기를 근절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세 플라스틱, 깨진 유리, 스티로폼 등 썩지 않고 동물의 몸 속에 들어가 그들을 괴롭히는 해양쓰레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안산에 위치한 대부도에서 비치코밍을 해보았다. 비치코밍이란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이 유리조각이나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것을 말한다. 비치코밍의 정석은 씨글라스, 조개껍질 등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표류물을 줍는 것에 해당하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일반 쓰레기도 함께 수거해 보았다. 대학생 16명이 고작 2시간 대부도 일대를 돌았음에도 금세 30kg가 넘는 쓰레기가 모였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서 왔나
3월 12일, 비바람이 부는 날 인천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해 안산 대부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바람에 휘날리는 각종 폭죽, 막걸리 병이 우리를 반겼다. 쌀쌀한 날씨인지라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없어 유독 바다가 황량하게 보였다.
본격적으로 목장갑을 끼고, 집게를 든 뒤에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도심에서도 본적 없는 별별 쓰레기가 발견됐다. 소주병, 음식물 쓰레기는 고사하고 해변가에서 피크닉을 즐겼는지 주인 없는 돗자리와 해변 용품이 나뒹굴었다. 밤 사이 폭죽놀이를 즐겼음이 추정되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화약이 빠진 헐렁한 폭죽이 모래사장 곳곳에 꽂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큼지막한 쓰레기만 주웠음에도 봉지가 가득 찼다.
해변 곳곳에 위치한 씨글라스
문제는 미세한 쓰레기들이었다. 모래 사이에 묻혀 있는 장난감 개구리알, 자갈들과 섞여 일일이 분류하기도 어려운 깨진 유리와 미세 플라스틱을 줍는 건 곤욕이었다. 집게로 미세 쓰레기들을 줍던 우리들은 곧 집게를 포기하고 맨 손으로 쓰레기 조각들을 일일이 줍기 시작했다. 줍다 보니 파도에 가장자리가 마모되어 뭉툭해진 유리조각, ‘씨글라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티코스터나 팔찌를 만들기 위해 씨글라스와 작은 조개 껍질도 주웠다.
그렇게 비바람을 뚫고 감행한 비치코밍이 끝이 났다. 날이 추워 계획했던 시간보다 비치코밍이 빨리 끝났으나, 2시간 동안 무려 30kg이 넘는 쓰레기를 주웠다. 재질도, 버린 사람도 다른 쓰레기 더미를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언제 버려졌는지도 모르는 낡은 쓰레기부터, 당장 어제 버린 듯 새것 같은 쓰레기까지. 대부도가 오랜 시간동안 무자비로 해변 관광객들에 의해 ‘거대한 쓰레기통’ 취급을 당한 반증처럼 보였다.
지구 한 켠을 청소했다는 뿌듯한 마음도 잠시, 한 번의 비치코밍으론 해양쓰레기를 근절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치코밍이 끝난 자리는 ‘일시적으로’ 깨끗하겠지만, 당장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대부도는 원래의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늘어만 가는 소비, 그러나 소비에 비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쓰레기를 줍는 동안 대부도에서 쓰레기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깨끗한 바다를 누리는 건 우리의 ‘권리’가 아니다. 자연이 주는 당연함에 응당 보답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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