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장려했던 곰 사육 사업
· 곰답게 살아갈 수 있게 생츄어리 이주프로젝트
· 사육 곰 농가 20곳 모두 곰 사육을 그만두고 싶어 해
2022년 3월 5일 22마리의 사육 곰을 미국 생츄어리로 보내는 대규모 장정이 시작되었다. 곰의 미국 이주를 위해 비행기를 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20년 7월 동해시 웅담채취용으로 운영되는 곰 농가에서 사육 곰 22마리가 구조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오물범벅인 사육철장과 발이 푹푹 빠지는 뜬 장, 마치 물건을 놔두듯 촘촘히 붙어있는 사육장까지 이곳에 수납되듯 들어가 있는 곰은 ‘곰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놀랍게도 곰 사육은 정부가 장려한 사업이었다. 1981년 국가적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곰 사육을 장려했고 1985년까지 총 493마리의 곰이 재수출용으로 수입되었다. 한국 정부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거래가 금지됐다. 정부는 수출길이 막힌 농가의 손실 보전을 위해 10년 이상 산 곰의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 [중앙일보] 옆집에 반달가슴곰 85마리가 이사 왔다
그렇게 곰 사육은 이어져왔다. 2012년 1200마리가 넘던 곰 사육 현황은 2023년 1월 현 시각 기준으로 313마리의 곰이 남아있다. 이 말은 최소 600마리가 넘는 사육 곰이 식용과 웅담채취를 위해 도축되었다는 것이다.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곰은 반달가슴곰이다. 국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로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있으면서, 정작 웅담채취를 위한 곰 사육은 방치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국가에게 외면 받은 사육 곰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정부의 장려 사업으로 시작 된 곰 사육 농가 현재 수요는 없고, 곰이 웅담채취가 가능한 10살을 넘겨 도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열악한 사육환경, 농가의 막대한 지출, 법의 테두리에서 살짝 빗겨나간 이 사업은 불법 취식(웅담 외에는 곰 식용 금지), 불법 증식, 방치 등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도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항하지 못하게 마취제가 투여되고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정신은 또렷이 있는 채로 도축된다. 촘촘히 붙어있는 사육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살아있는 사육 곰 옆에서 또 다른 사육 곰은 죽게 된다. 좁은 공간에 곰답지 못하게, 물건처럼 살다가 죽어서야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의 모습.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제공
작년 12월 허가 없이 곰 사육 농장을 운영하던 부부가 숨졌다. 사육하던 곰에 의한 것이다. 이경우에는 웅담채취용이나 전시관람용이 아닌 보호의 목적으로 사육한 것이었지만 결국 인명피해 사고로 이어졌다. 이 곰 세마리는 용인농가에서 임대해 온 개체였다.
웅담 채취를 위해 곰 13마리를 사육 중인 용인농가에서는 두 차례 곰이 탈출한 이력이 있고, 불법 증식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살고 출소했지만, 지금도 전시 관람용으로 100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곰 농가가 있는 한 계속 발생 할 수 있는 사고인 것이다. 곰 사육 종식의 문제는 동물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곰을 사육함으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곰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정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동물자유연대와 TWAS(wild animal sanctuary)에서는 사육 곰을 구조해 콜로라도 주의 광활한 보호구역으로 보내는 대장정을 기획하게 된다. 한번 도 곰답게, 동물답게 살아보지 못한 생명이 비로소 자연에서 곰다울 수 있길 바랐던 것이다. 이 내용을 <곰마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하였다.
다큐멘터리는 작년에 완성되어 올해 1월 7일 펀딩참여자를 대상으로 시사회가 진행되었고 2023년에 영화로 다가갈 예정이다. 사육 곰으로써의 생애와 철장을 벗어나 동물에게 적합한 환경, 생츄어리에 방사되는 과정을 담아냈기에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사육 곰의 현실과 새로운 삶에서의 희망이 담겨있다.
현행법상으로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하는 것이 합법이다. 정부는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식’에서 2025년까지 사육 곰 산업 종식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보호 시설 건립 등 정부의 역할을 다 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필요한 법안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그 사이에도 철장 안에서 사육 곰의 고통과 도살은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필요한가?
-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정
이 법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곰이 부적절한 환경에서 사육되거나 학대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곰에 대한 사육을 금지함으로써 곰을 인도적으로 보호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1조)
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시민단체 등 민간은 민간 활동을 통해 보호정책을 지원하며, 농가는 사육 곰을 보호시설로 보내기 전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관리하여야 함.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4조)
다. 누구든지 곰의 부산물 채취 등을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거나 증식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육곰(부산물 포함)을 취득, 운반, 보관, 섭취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며 해당 사육 곰 및 부산물은 몰수됨.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5조, 제14조 및 제15조)
베트남 깟띠엔 국립공원 프리 더 베어스 곰 생츄어리. 곰 보금자리 제공
곰 보호 공간(생츄어리) 설치
지금 구조를 한다고 하더라도 곰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사육되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자연에 가까운 공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생츄어리가 최선의 방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자유연대에서도 미국 생츄어리로 보낸 것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사육 곰 313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는 자체 생츄어리를 조성하여 국내에 약 10만㎡ 규모 공간을 만들어 100마리의 곰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생츄어리 조성을 준비 중인데 전남 구례군에 약 2만4천㎡ 부지에 90억 원을 투입해 야외 방사장, 사육장, 의료시설 등을 갖춘 반달가슴곰 생츄어리를 2024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생츄어리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2023년도로 앞당기는 것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조사에서 20개 농가 모두 곰 사육을 그만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 단체에게 미뤄둘 것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 참고
동물자유연대, 곰마워 프로젝트
환경부 ‘곰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kbs nesw] “반달가슴곰이요?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먹죠” (kbs.co.kr)
[연합뉴스]전국 사육 곰 313마리…20개 농가 모두 "그만하고 싶다“
[중앙일보]옆집에 반달가슴곰 85마리가 이사 왔다…곰도 사람도 괴롭다
[한겨레]‘탈출 후 사살’ 사육곰 불행 끝낸다…‘생츄어리’ 조성 계획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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