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 '에코라벨'은 에코+라이프밸런스를 합친 단어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한 아주 소소한 움직임을 실천하는 분들을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에코라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혀 몰랐다. 기후나 환경 문제를 '자신의 일'로 여기며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내리는 비에 놀랐다. 침수가 될 정도로 내린 비는 그녀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은 산책 시 배변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녀는 매일 최소 2~3번의 산책 시 배변을 해결하던 강아지와 발 디딜 틈없이 내리던 폭우로 당황스러움을 느끼던 그날을 설명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취업 후 집을 마련하여 반려견과 한집에서 사는 꿈을 가지고 미래를 계획했건만 '기본 배경'이라고 여겼던 환경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지금 함께 걷고 있는 이 풀밭이 없어진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녀에게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주었다.
플로깅에서 야행 조류 충돌 모니터링, 손수건 사용에서 채식까지, 행동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취업준비생 정지혜.
플래닛 타임즈가 직접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정지혜 님.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A. 안녕하세요!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올해 공시를 그만두고 직업과 직업 사이에서 다른 방향을 찾고 있는 정지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지혜 님께서 일상생활을 하며 환경 측면에서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A.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곳곳에 지속 불가능한 것들이 아주 익숙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에요. 커피 한잔을 마실 때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채소 하나를 사는 데도 비닐에 포장된 상품, 옷 하나를 사는 데도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섬유들이죠.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도 지속 불가능한 과정을 통해 오는 먹거리들이 많을 텐데, 저 또한 그 점을 최근에 알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 그 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 참 씁쓸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제공되는 세상에서 과연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문제점을 인지하지 않는 한, 문명이 제공하는 윤택함과 과도한 편리함을 분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나 기업은 굉장히 느리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 그동안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됩니다.
Q. 취업 준비를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 환경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A. 많이는 아니고 제가 실천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식을 한 지는 5개월 차인 초보랍니다. (웃음) 평소 습관적으로 손수건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물건을 살 땐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해요. 틈틈이 플로깅을 하고 있으며 현재 조류 충돌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 중인 정지혜님의 손수건과 텀블러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Q. 요즘 손수건 사용하시는 분은 뵈기 정말 힘든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저희 집 강아지가 어렸을 때 버려진 물티슈 4장을 삼킨 적이 있어요. 아마 음식물이 묻은 물티슈를 음식으로 착각하고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지나갔지만, 당시엔 크게 놀랐어요. 놀란 마음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물티슈는 휴지와 달리 썩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 알았죠. 물티슈가 미세플라스틱 섬유라는 점과 이미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의식적으로 물티슈와 휴지 사용을 자제하고 손수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는데, 사용하다 보니 불편함보단 오히려 만족도가 커지더라고요. (웃음) 어떤 상황에서도 물티슈와 휴지 대용으로 손수건이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실감하고 있어요.
저는 평소 파우치를 2개 사용하는데요. 2~3개의 손수건을 사용 전 파우치에 담아 휴대하다가 사용 후에 다른 파우치에 넣으면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답니다.
손수건을 쓰기 시작할 때는 이 점을 잘 모르고 사용한 손수건을 담을 곳이 없어 난감했었는데 이제는 안 쓰는 파우치를 꺼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웃음)
단체 조류 모니터링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Q. 야생 조류 충돌 모니터링 활동을 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새에 관심이 있었나요?
A. 사실 살아생전 새에 대해 아는 건 그냥 ‘새’라는 단어뿐이라고 할 정도로 저는 새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어느 날 투명방음벽과 건물 유리창에서 발생하는 유리창 충돌로 새들이 희생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만 일 년에 800만 마리, 하루에 2만 마리가 인간이 만들어 낸 유리 건축물에 의해 본래의 생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그 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공간들이, 사물들이 매일 다르게 보였어요. 제가 살고 있던 이 도시가 어떻게 디자인되어있는지 천천히 관찰하기도 하고 난생처음 ‘공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공존을 위해 내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점들이 무엇인지부터 깊이 생각했죠.
제 삶의 지향점이 크게 바뀌게 된 계기였습니다.
조류 모니터링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조류 모니터링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Q. 평소 화장품을 구매하실 때도 리필해서 사용하신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화장품 리필을 해보지 않은 분들에겐 '리필' 문화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 화장품 리필은 아주 간단해요. 방문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에 공병을 들고 가서 원하는 화장품을 리필하면 됩니다!
리필을 처음 하는 경우, 간혹 양 조절에 실수하여 내용물이 넘치거나 묻는 경우가 있는데요.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리필스테이션도 있지만 없는 곳도 있을 수 있으니, 손수건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담아올 공병을 놓고 간 경우, 기부받은 공병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매장에서 제공해드리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리필을 처음해보신다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기 때문에 어려울 게 딱히 없습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한정적인 점 때문에 찾는 브랜드가 없을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를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요. 자원순환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브랜드라 믿고 추천해 드립니다!
반려견과 플로깅을 하는 정지혜님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반려견과 플로깅을 하는 정지혜님 ©2022.정지혜 All rights reserved
Q. 플로깅을 하실 때, 반려견과 함께 나가시나요?
A. 사실 반려견과 함께 플로깅하는 걸 추천해 드리진 않아요.(웃음) 저는 따로 플로깅 할 시간을 내지 못해서 산책하러 가는 김에 종종 함께 플로깅하긴 할 때가 있지만, 산책할 땐 반려견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제일 좋으니까요. 물론 교육이 충분히 된 반려견일 경우, 언제 어디서든 더 즐겁게 플로깅 하실 수 있겠지만요!
제가 반려견과 플로깅을 하는 경우에는 일단 한적한 길을 선택하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플로깅과 산책을 같이 할 때면 강아지에게 온전히 집중하긴 어렵기 때문에, 돌발상황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사람이 적은 산책로가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 산책과 플로깅을 같이 하시는 분이라면, 꼼꼼하게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간단한 쓰레기를 줍는 게 훨씬 좋습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분리 배출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추천해 드려요!
Q. 지혜님께서 계속 ‘에코 라이프’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얻나요?
A. 현재 취업 준비를 하고 있기에,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지 전, 기후 위기로 살기 어려워지진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할 때도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죠.
취업한 후에도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과연 세상이 환경을 위해 얼마나 변할 수 있을지, 변해있을지도 의문이고 대자연이 언제까지나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지 않을 것같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삶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면 계속해나갈 수 있는 큰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에 항상 감사함을 느껴요.
원래 설거지가 귀찮아서 텀블러를 쓰지 않던 친구가 저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다니면서 항상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요. 물티슈에 대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던 저의 어머니가 타인이 무분별하게 물티슈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해주실 때, 안 쓰던 손수건을 빨아서 사용하시는 모습을 볼 때 등 주위의 변화들은 저에게 큰 감동이자 저의 원동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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