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벨_4] 서울대학생이 들려주는 생생한 후기

바빠도 할 건 해야죠!

유시윤 승인 2022.11.10 08:01 | 최종 수정 2022.12.14 15:41 의견 0
©2022. 씨알 유현서 All rights reserved

※ '에코라벨'은 에코+라이프밸런스를 합친 단어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한 아주 소소한 움직임을 실천하는 분들을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에코라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9월 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킨 사건이 있었다. 바로 기후정의행진.

3만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기후정의를 외치며 숭례문에서 서울시청, 광화문, 안국역, 종각역으로 약 5km를 행진했다. 광화문 인근에서는 '다이-인(죽은 듯이 눕는다)' 비폭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행진에는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를 포함해 환경, 노동, 동물권, 농민, 장애인, 여성, 종교 등 400여 단체가 참여했다.

환경과 정의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드문 일이다. 그들이 모인 이유와 규모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가까운 주변에서는 찾기 힘든 참여자들 덕에 우리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참여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만 신경 쓰거나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어떤 군중일 것이라고.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도 아주 잠깐의 실천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실감하기 힘든 이 말을 스스로 증명하는 대학생이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 환경 동아리 씨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현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실패하는 순간보다 환경을 위해 행하는 작은 실천에 집중한다는 그녀.
플래닛타임즈가 그녀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안녕하세요! 씨알의 유현서님, 반갑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에서 활동하는 유현서입니다.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과 글로벌환경경영 연합전공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Q. 화학생물공학부를 목표로 대학교에서 들어와 공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서울대학교 입학에 대해서는 입시를 앞두고서야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아요. '지금의 위치에서 내가 얼마나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성장하고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나름의 호기심 겸 도전 정신으로 말이죠. 그런 생각과 적절한 타이밍이 잘 맞물려 입학할 수 있었고요.

전공인 화학생물공학부는 제가 항상 관심 가지던 분야였습니다. 한 가지 분야만 파는 것보다 다양한 영역과 기술을 넘나들며 융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점이 화학생물공학부랑 잘 맞았어요. 그래서 의대를 비롯한 다른 학과에 기웃거리는 대신 다양한 대학의 화학생명공학 관련 학과에만 지원했고,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대학교에 입학하여 실제로 전공을 공부해보니 어떠세요?

A. 아직 전공을 오랫동안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까지 넓은 범위를 통합적으로 배우고 있다고 느껴요. 저는 평소에 일을 처리하고 습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편이라 여러 과목을 한 번에 배우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요.

Q. 많은 동아리 중에 왜 하필 환경 동아리였나요?

A. 사람들과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어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커다란 일을 저질러보고 싶었달까요? 혼자였으면 머뭇거리고, 상상만 하다 끝났을 일이지만 함께 논의하고 행동하면서 실천할 용기를 얻고 싶었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움직일 사람들을 찾아 자연스럽게 씨알에 오게 된 것 같아요.

Q. 타 동아리 학생들과 환경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의 ‘일상생활’도 많이 다른가요?

A. 조금 더 의식하고, 조심하며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분리수거를 할 때 이대로 버려지면 어떤 과정을 거칠지, 과연 재활용이 가능할지 조금 더 고민합니다. 비 오는 날 건물에 들어갈 때 우산 비닐 장치를 보면 비닐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떨어진 비닐을 찾아서 재사용하시는 분도 있고요. 아예 접이식 우산 고리에 우산 커버를 묶어서 들고 다니는 분도 많아요.

정말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고, 거창하기보다는 오히려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죠. 그렇지만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계속해서 의식하기에 일상에서 그러한 모습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지내며 그런 행동을 접하다 보면 제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내가 무관심했던 것을 이 사람은 이렇게나 신경 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그런 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Q. 환경 동아리 활동은 만족스러운가요?

A. 부원분들이 정말 생각이 깊고 따뜻해요! 개인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내가 조금 더 실천해봤자 과연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 고민을 같이 공감하고 나누며, 같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습니다.

씨알은 생각만 하고 있던 일들을 펼칠 수 있는, 제게는 하나의 실험장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갖는 사람들이 함께 협력해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따뜻하고 멋진 곳이에요!

©2022. 씨알 유현서 All rights reserved

Q. 현서님께서 '실천'하고 '행동'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가졌을 때 특별하거나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진로를 선택할 때쯤에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그때, 가장 위급한 일은 환경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정작 대응하고 변화하려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던 점이 의아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점차 환경 문제에 진심으로 신경 쓰고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먼저 제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느꼈어요. 사회에 정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먼저 제가 진심으로 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다른 팀에서 MT를 갔을 때 아침에 혼자서 페트병 라벨을 다 분리해 놓았더니, 이후 남은 페트병을 버릴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라벨을 제거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렇게 저의 행동이 사람들의 생각 또는 행동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었다고 느낄 때는 정말 보람찹니다.

저의 행동 하나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의 변화는 미미하겠지만, 한 사람의 행동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일상에서의 행동이 다른 어떤 통계적 수치나 말보다도 주위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Q. 플렉시테리언(비건 채식을 지향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소비) 식단을 유지하신다고 들었어요!

A.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본가를 벗어나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작년 4월 쯤부터 페스코 식단을 실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학식이나 기숙사 식당은 거의 매 끼니에 육류가 나와 많이 불편했죠. 그래서 어쩔 수 없게 근처 분식집이나 편의점을 자주 갔습니다.

육류를 먹지 않을 때 ‘고기를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어려웠다기보다는, 고기를 배제할 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이렇게 실천하는 게 맞는 걸까?', '과연 내가 이러한 방식으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도, 사람들과 밥 약속이 있을 때도 제가 육류를 먹지 않겠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이 저를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한다는 게 그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죠.

지금은 평소 생선, 해산물류 식단을 위주로하며 선택지가 없을 시에는 소량의 육류를 소비하는 채식 지향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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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쁜 학기 생활중에도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에 갔다 오셨다고 들었어요! 어떠셨나요?

A. '924 기후정의행진'은 대학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서 연대하고 싶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을 촉구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로 생각했어요.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궁금했고 그들의 사상과 자세 등 행진에 함께 하게 된 이유도 알고 싶었습니다. 또 이렇게 커다란 행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도 궁금했고요. 마침 학교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었고 그날 있던 회의 중간에 나와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웃음)

Q. 기후위기행진에 실제로 참여해보니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A. 예상보다 훨씬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어서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행진이 끝난 뒤 다른 분께서 올리신 글을 보니 각종 전단지나, 피켓이 버려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행진 때에도 생각보다 전단지를 많이 나눠주셔서 우려하긴 했는데,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행진임에도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졌다는 부분은 살짝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행진에 참여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박스로 피켓을 만들어 오는 등 불필요한 쓰레기를 추가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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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까운 지인 중에는 같이 참여하신 분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현서님께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A. 행진 중에 아스팔트 바닥에 단체로 드러눕는 다이-인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신기해하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약 35,000명이 행진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 규모를 듣고 놀라신 분들도 있었고요. (웃음)

저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밝고 신나는 분위기여서 즐거웠습니다!

행진의 앞에서 북을 치시며 리드해주시기고, 중간중간 노래도 나오고, 같이 구호를 외치기도 했어요. 참여한 사람들의 연대도 다양했는데, 씨알과 같은 대학 동아리의 대학생도 많았고, 가족 단위로 아이들과 손을 잡고 오신 분들도 계셨어요. 특정 정당이나 단체 소속으로 오신 분들도 있었고요.

다들 행진에 참여한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정의로운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막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희망으로 함께 연대할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에코라이프를 꾸준하게 실천하는 현서님의 비법은?

A.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소소하게, 일상에 큰 무리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꾸준히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해요. 제대로 된 실천을 하지 못했을 때 불편함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성은 짧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길게 끌고 가지는 않으려고 하죠. 반성에 붙잡힐수록 일상 속 행동 하나하나가 무겁고, 부담스럽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져서 더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대신 사소한 것이라도 잘 실천했을 때 더 많은 뿌듯함을 느끼려 합니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고 최선을 다한 자신을 칭찬하는 식이에요.

소소하게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휴지 최소한으로 사용, 키친타월 사용하지 않기, 강의실에 혼자 돌아가는 에어컨 발견하면 끄기 등 일상적인 행동을 놓치지 않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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