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프로젝트 #3] 사랑의 애니멀 호딩?

펄과 서리 그리고 벨리

유시윤 승인 2022.11.03 08:01 | 최종 수정 2022.12.12 17:24 의견 0

※'입장' 프로젝트는 '입양+장려' 프로젝트를 뜻하는 말로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구조·유기 동물의 입양 장려와 동물권 인식 개선을 위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따듯한 관심으로 올바른 반려 문화를 시작해보세요!

전국 곳곳에 민간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유기 동물 사설보호소가 존재한다.
1980년대 후반, 식용 도살의 위험으로부터 동물을 구조하는 것을 계기로 최초로 사설보호소가 생성되었다. 이후 국가가 제공하는 지자체보호소의 열악한 시스템과 안락사 시행에 불만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에 의해 사설보호소는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버려진 생명들을 살리고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일부 시민이나 단체들이 한두 마리 거두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사설보호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설보호소는 관리와 유지가 철저하게 개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개체들의 평안을 보장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문제가 되는 사설보호소는 자체 번식하거나 개체가 계속 유입되어 보호소화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경우와 관리 가능 범주를 이미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개체들을 입양 보내려 하지 않으면서 계속 주변에 방치하는 저장 강박에 기인한 동물 수집(애니멀 호딩)의 경우가 있다.

애니멀 호딩은 관리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마릿수의 동물을 키우면서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는 방치형 동물학대다. 애니멀 호딩 문제는 보호자와 동물 모두의 보건과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음, 악취 등으로 이웃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며 보살핌을 받지 못한 동물들의 야생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적절한 사료, 물, 수의학적인 관리 및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동물을 사육하면서 생긴 비정상적인 상태와 관련한 학대 및 방임해위 등 애니멀 호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한다. 일반적으로 상기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동물을 기르는 행위는 호딩금지조항이 없더라도 동물학대죄 또는 동물방임죄주를 기초로 하여 유죄 판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수많은 사설보호소들이 존재하지만 관리 한계를 넘어서 심각한 애니멀 호딩 상태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동물들을 보호하던 소장이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그 상황을 책임지고 충격을 완충하며 동물들을 지켜낼 수 있는 운영 체계 자체가 없는 게 현실이다.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달봉이네 보호소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은평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일대에 유기동물들이 대량 발생했다. 온전한 쉼터없이 굶주리며 배회하고 다닌 유기견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주머니는 한 마리씩 거두었고 중성화가 되지 않은 개체들이 자체 번식하면서 그 수는 180여 마리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지금의 '달봉이네 보호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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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도움을 받기 전, 달봉이네 보호소는 130여 마리 개들이 지내고 있는 사설보호소였다. 10여 년 전 은평뉴타운 재개발 때 버려진 개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개들이 혈혈단신 소장님의 의지 하나로 보호받고 있었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소장님 한 사람의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기견들이 북한산이나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야생화가 되기도 했다.

카라는 그러한 보호소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달봉이네 보호소가 생명들을 살리며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2012년부터 틈틈이 봉사활동을 연계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달봉이네 보호소 부지는 다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주변 땅은 다 밀렸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달봉이네 보호소도 이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이사를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카라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못한 사설보호소는 관리가 가능한 규모로 축소하거나 그 이상의 관리가 어려운 경우 폐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2021년부터 달봉이네 보호소의 축소 및 자립을 위한 본격적인 구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한국에는 달봉이네 보호소와 유사한 유형의 사설보호소가 최소 십여 곳 이상 존재한다. 달봉이네 보호소는 카라의 지속적 지원 덕에 소위 1세대 사설보호소 중에서는 비교적 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며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나 많은 실정이다.

사회 안전과 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지자체와 국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했지만 시민들과 또 다른 민간 사설보호소의 도움뿐이 전부였다.

사설보호소를 돕기 위해 나서는 다른 사설보호소와 민간단체들은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인적 자원을 투여하며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만큼의 도움을 주고 있다.

펄과 서리 그리고 벨리
펄, 서리와 벨리는 모두 이번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구조되었다.

펄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펄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펄과 서리
작고 귀여운 펄과 동안 미모를 빛내는 서리.
사람과 친숙하게 지내본 경험이 없어 아직 낯선 것들이 많지만 구조 후 더봄센터에서 행복한 개의 생활을 배우며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서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서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서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펄과 서리의 정보는 '동물권행동 카라'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벨리
벨리는 여섯 살이 되기까지 보호소 견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사람을 마주할 때면 경계하고 땅굴 속으로 피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작년, 벨리는 카라의 구조로 처음 세상으로 나왔다.

구조 당시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구석을 찾아 도망가기 바빴던 벨리였지만, 이제 천천히 다가가면 스킨십도 허락하고 종종 엎드려 누워서는 더 쓰다듬어 달라며 애교도 부린다. 식사 시간 전에 잠시 앉아서 기다릴 줄도 알고, 반가운 활동가가 들어오면 앞다리를 들어 안아달라며 뛰어오기도 한다.

벨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벨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달봉이네 보호소 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가족을 기다려왔던 벨리.
벨리의 입양 정보는 현재 '동물권행동 카라'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벨리 © 2022. 동물권행동 카라 all rights reserved

좋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
앞의 기사인 '입장 프로젝트 #1'에서 위와 비슷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개들을 보호하던 공장에서 4마리의 개들이 130여 마리까지 늘어나며 감당할 수 없어지자 민간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일이었다.

그 경우 중성화에 대해 무지했던 보호자의 역할이 컸지만 그런 개인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데는 '달봉이네 보호소'경우와 유사하다.

정부 지원이 뒤받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설보호소에 대한 각종 지원 요청이 개인과 민간단체로 간다면 민간 단위에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열악한 사설보호소가 결국은 동물학대 문제로 자연스레 이어지기에 더욱더 사설보호소 관리 및 지원의 근거가 되는 법제도나 해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방책이 필요하다.

기억하자.
지속가능하지 못한 대규모 사설보호소의 몰락으로 고통 받는 것은 다름 아닌 남아있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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