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현실] 체험과 전시가 목적이 되는 곳
장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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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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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1. 동물원의 환경 개선을 위해 법적인 규제만큼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보이콧과 인식 개선이다.
2. 유행에 따라 더 많은 동물들이 상품화되었고 동물원은 키즈 카페로 변질되었다.
3.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체험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동물원에서 아이들은 환경 감수성을 제대로 기를 수 있을까.
동물원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 법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보이콧과 인식 개선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원은 평범하고 당연한 공간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걱정하기보다는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싶은 경험에 대한 욕심이 앞서는 탓이다. 많은 동물원들은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좁은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모아둔 채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동물원은 다양한 콘셉트와 형태를 갖춘 테마파크가 되었다. 동물들은 철저하게 상품화되었고 이 판매 방식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스테디셀러처럼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체험'이라는 단어 안에는 많은 잔임함이 숨어있다. 쇼핑하듯 편하게 동물 체험을 즐기는 인간의 입장이 아닌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임무를 수행해 내야만 하는 동물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불특정 다수의 지속적인 손길과 먹이주기는 애정 표현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훈련된 묘기를 선보이는 것은 오직 그것을 관람하는 자에게만 유희로 남는다. 자연을 모방해 가짜로 꾸며진 좁은 공간은 우리가 아무리 자연을 대리 체험한다고 착각해도 결코 동물들의 터전이 될 수 없다.
과거엔 거대한 아쿠아리움과 돌고래쇼는 인기 좋은 관광 상품이었다. 최근엔 돌고래쇼를 동물 학대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겨나며 많은 곳에서 중단되었지만, 여전히 몇몇의 아쿠아리움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돌고래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어 이곳을 찾지만 그 이면에 계속되는 돌고래들의 폐사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주로 육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동물원은 실외, 실내, 카페, 농장 등 다양한 구성과 규모로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중간 규모의 실내 동물원들은 키즈 카페와 결합된 형태로 각 지역에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놀이공원처럼 팔찌를 차고 들어가 잘 꾸며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다채로운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즐기는 식이다.
대형동물원과 다르게 소동물들이 많고 동물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교감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 매력이 되어 유행처럼 번졌다. 알파카, 라쿤, 토끼, 사막 여우, 앵무새 등 동물들의 종류와 수가 다양하고 각 우리마다 먹이를 주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유리로 된 울타리에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먹이를 주는 건 기본이고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장난감 낚싯대까지 동원된다.
동물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질 수 있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동물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학대가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은 그들의 서로 다른 서식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인간의 즐거운 체험을 위해 온갖 도구가 사용된다는 것은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게 되는 기이한 환경 감수성이 길러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물은 체험과 전시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똑같이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에 대한 인식 개선 없이는 동물권은 물론, 인간다운 삶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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