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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가 기후 정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호주 최초 여성총리 "줄리아 길라드" 의 탄소 가격 계획 법안 발의와 폐지까지

김영진 | 기사입력 2022/09/23 [08:01]

여성 혐오가 기후 정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호주 최초 여성총리 "줄리아 길라드" 의 탄소 가격 계획 법안 발의와 폐지까지

김영진 | 입력 : 2022/09/23 [08:01]

 

 

기사 요약

1.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 "줄리아 길라드" 는 여성 혐오를 넘어 가장 생산적인 정부를 운영했다.

2. 탄소 가격 책정 제도는 자본 논리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3년만에 폐지가 되었다.  

3. 줄리아 길라드 은퇴 10년 후, 더 많은 호주 여성들의 기후 정치 도전이 이어진다.


 

12년 전, 호주에선 노동당의 부총리였던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가 같은 당의 총수였던 케빈 러드(Kevin Rudd)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당내 경선만으로 정권을 두 차례 나눠서 운영한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2010년 당내 경선을 통해 케빈 러드를 꺾은 후,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최초의 여성 총리직을 수행한 후 2013년엔 연임을 논의할 수 있었던 다음 선거를 몇 달 앞두고 그가 축출한 케빈 러드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 줄 수 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당시에 줄리아 길라드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여성혐오와 성차별적인 발언들과도 사사건건 휘말릴 수 밖에 없었다. 독신이자 자녀가 없었던 그에게 언론과 동료 의원들의 외모 품평이 이어졌고, 당시 야당 대표였던 토니 애봇(Tony Abbott)"마녀를 버려라"라는 피켓 앞에 서며 그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역경과 정치적인 혼란을 이겨내며 임기기간인 2010년부터 2013년 약 3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상원에서570개 법안을 통과시키며 가장 생산적인 정부로 호주인들의 기억에 남았다. 그는 교육개혁정책, 장애인 지원제도 및 연금제도 개혁, 탄소 가격 책정(Carbon pricing)과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등을 이뤄내며 굵직한 성과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가 발의한 다양한 법안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명암을 달리한다. 그중 특히나 탄소 가격 책정은 줄리아 길라드의 경질에 결정타를 날렸고, 그의 퇴임 뒤 한 해도 되지 않아 사라졌지만, 현재는 탄소 저감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이번 호주 총선에서 녹색당의 대표 애덤 밴트는 선거에 나서며 탄소 가격 책정 제도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이전 선거보다 더 많은 녹색당 후보들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폐지된 후 10여년이 지나 재평가를 받는 탄소 가격 책정 정책은 무엇이며, 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정책으로 평가되는걸까?

 

탄소 가격 책정 제도의 등장과 사라지기까지

 

줄리아 길라드는 2010년 연방선거 기간 동안 탄소 배출량에 대한 가격을 매기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문제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까지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즉각적으로 탄소 가격 책정 제도를 도입했다.

 

탄소 가격 책정 제도는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인 광물 및 에너지 사업자들에게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명목하에 명목 하에 2011년 청정에너지 법(the Clean Energy Act 2011) 에 포함되었다. 당시 야당이 의석 수를 더 가져간 상황이라 반대도 컸지만, 당시 녹색당의 하원 의원이었던 애덤 밴트의 도움으로 여야 합의 끝에 이 법을 발의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호주의 탄소 가격 책정 제도는 줄리아 길라드 정부가 첫 3년 동안 고정 가격의 배출권을 제공하는 형태로 현 호주의 배출권 거래 제도의 일부였다. 이 제도는 탄소 배출권에 대한 상한선을 두거나, 목표 감축량을 갖지 않으며 2015년에 이뤄질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마중물 사업의 일환이었다.

 

201271일부터 탄소 가격 제도가 도입되며 시설의 직접 배출(Scope 1)에만 적용을 시작했다. 2012-13 년 한해 동안 톤당 호주 달러로 $23, 이듬해 2013-14 기간 동안엔 $24.15 가량을 탄소 가격으로 적용하며 2020년까지 37달러로 상승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계획은 주로 발전 및 산업 부문에만 적용되고, 도로 운송 및 농업은 배출량 선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아 결론적으로 호주 내 260개 기업만이 대상이었으며, 그 중 과다한 탄소 배출의 영향으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는185개의 산업은 정부를 통해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호주 가계는 매주 평균적으로 $9.9 가량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정부는 소득세 감면 등의 대책을 결합하며 한 가정당 평균 $10.10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 했었다.

 

하지만 탄소 가격 책정 제도는 본래의 취지와 효과와는 별개로 호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여성중 한명에게도, 정치적인 숙적에게도 지속적으로 비판 받게 했다. 호주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여성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 그리고 줄리아 길라드에 대한 혐오를 멈추지 않던 야당 대표 토니 애봇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줄리아 길라드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광산 사업가인 지나 라인하트는 탄소세가 도입된다면 공무원과 관료제만이 "호주에서 유일한 성장 산업"으로 남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기후 회의론자와 탄소 가격 책정 반대론자들과 함께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호주의 광산업 및 전력산업에 큰 파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토니 애봇은 탄소 가격 책정은 본질적으로는 전국민에게 탄소세(Carbon Tax)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줄리아 길라드가 선거기간 동안 약속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토니 애봇은 또한 탄소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호주인들에게 불이익이라는 평가를 내세웠다. 탄소 가격 "톤당23달러"는 어느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탄소 감축도 좋지만 에너지 요금 및 물가 상승을 일으켜 국가 자원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 금융 위기로 인한 호주 경제의 불안정성은 국민들을 더욱 자극 시켰다. 호주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감소했고, 주요 탄소 배출 기업에게서 받은 탄소 배출 부담금을 정부 예산으로 활용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있었다.

 

20132월 예산 발표에 의하면 이 제도로 거둬들인 세수는 첫 6개월 동안 38억 달러를 모금했지만, 20134월에서 5월 사이 유럽에서 경제 생산량 둔화로 인해 탄소가격이 $4달러 이하로 폭락함에 반해 호주는 $23의 하한선을 유지하기로 한 점에 대한 우려가 커져갔다.

 

이에 정부는 탄소 가격이 4년동안 6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과 연결된 2015년 계획된 28억 달러에 감세 계획을 연기했다. 줄리아 길라드에 의해 추진된 다양한 제도가 한꺼번에 나오는 동안 예측했던 탄소 배출 부담금이 부족해진 탓에 활용할 예산 또한 부족해지게 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줄리아 길라드의 당내 영향력도 악화되며 자신이 물러나게 했던 캐빈 러드가 다시금 자신을 경질하게 하는 치욕을 겪게 된다.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호주 국민들의 눈에는 실망을 안기게 되었으며, 결국 노동당은 이어진 총선에서도 캐빈 러드가 토니 애봇에게 패배하게 되며 자유당에게 정부를 내주게 된다.

 

2013년 총리로 복귀한 케빈 러드는 탄소 가격 책정 제도를 종료하고, 2014년부터 즉시 배출권 거래제로 전환할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토니 애봇이 자유당 정부를 구성하면서 탄소 가격 책정 제도의 폐지는 당연하며, 기업들에게 거둬들인 부담금은 직접행동계획(Direct Action Plan)을 통해 탄소배출을 적게하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운영할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보조금은 탄소 감축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으로 법안 발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합의 끝에 상원에서 소수당 중 하나인 팔머당을 이끄는 광산부자 클라이브 팔머(Clive Palmer) 의원이 직접행동계획에 조건부로 합의하며 탄소 가격 정책은 폐지되었다. 그 후 토니 애봇의 직접행동계획은 배출량 감소 기금(the Emission Reduction Fund)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하게 된다.

 

탄소 가격 책정 제도는 단지 비싸고 유난스러운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었을까?

 

탄소 가격 책정 및 부담금 제도가 환영보다는 미움을 샀던 점은 탄소 부담금으로 인하여 소비자 물가가 가파른 상승을 유도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호주 기업들이 탄소세를 제품 가격 인상을 위한 구실로 활용하지 않도록 하며 위반자에게 최대 1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가 겹쳐 탄소 가격과는 다른 가격 상승 요인을 통제하긴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을 유도하긴 까다로웠다.

 

따라서 탄소 가격 책정 제도가 광산 및 자원업계에서 미움을 받기에는 논쟁의 요소가 있다. 2012년 당시 호주 정부 측에서는 석탄 산업은 탄소 가격 책정 제도의 시행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의 수요 증대로 인해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분명하게 바라봐야 할 점은 현재까지 호주에서는 경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와중에도 그 어떤 정책보다 이 제도가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 있어 가장 분명한 효과를 가졌다는 점이다.

 

2014년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자 그룹(Investor Group on Climate Change)은 탄소 가격 책정 제도의 대상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이 제도가 도입된 후 7% 감소했으며, 이 제도가 탄소 감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발표했다.

 

2020년 호주의 독립적인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호주 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의 경제학자 맷 그러드너프(Matt Grudnoff)는 연구를 통해 탄소 가격 책정제도에 대해 이 정책만으로 호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2% 가량을 줄이는 것에 성공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정책이 2020년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2020년에 2,500만 톤,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총 7,200만 톤이 감소 했었을 것이며, 그대로 유지했다면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 정책 개혁 중 하나였을 것으로 평가했다.

 

, 상황과 국민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의식이 따라줬다면 온실가스 저감에 성공하며 현 기후 재앙의 수준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겪는 손해를 고려한다면, 탄소 가격을 적절히 책정하고 그 부담을 함께 지는 것은 오히려 저렴했을 가능성이 있다.

 

2022,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더 많은 여성 기후 정치가들

 

자유당 정부가 8년 가량 이어지는 동안, 선거를 거치며 총리도 바뀌고, 다양한 이름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이 탄생했다. 하지만 자유당의 기후변화 정책은 탄소 절감은 완전히 실패했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며 온실 가스는 현재까지도 연일 증가추세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오직 줄리아 길라드만이 자신의 유권자들의 평가에만 집착하지 않고 탄소세를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였기 때문에 호주 역사상 가장 분명한 온실가스 저감기간을 경험해봤던 것이다. 만일 여성 혐오자들과 자본가들이 줄리아 길라드를 흔들지 않고, 그가 정권을 이어나갔다면 적어도 호주는 전세계에서 유래 없이 온실가스 저감에 성공한 국가로 남았을 수 있다.

 

2013년 당내에서 축출되다 싶이 나오게 된 줄리아 길라드는 정계 은퇴 후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저평가를 분석하며 젊은 여성들의 리더십과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가 정계에서 은퇴를 한지 10년 후 벌어진 이번 호주 총선에선 그를 보고 자란 더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호주 의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정부를 구성하는 하원에서는 151석 중38.4%58, 상원에서는 보궐선거 끝에 70석 중 절반을 넘긴 61% 가량의 43명의 의석을 여성 의원들이 차지하였다. 정권을 차지한 노동당의 여성 장관직은 총 22명 중 10명이 여성이며 지난 정부의 7석보다 더욱 늘어났다.

 

우리나라 국회 속 여성의원 2021 1월 기준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57명만이 여성 당선자로, 19% 가량에 불과하며, 여성 장관은 18개 중앙 부처 장관 중 단 3명에 그친 것에 비하면 호주의 국회는 아주 밸런스가 좋은 의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호주 언론에서는 이번 호주 총선에서의 여성 의원들의 승리를 "기후위기를 교착시키는 안일한 남성후보들에 대한 승리를 위한 전략적인 여성 정치가들의 등장"으로 언급했다. 선거 직후 호주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43%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또 한번 담대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를 보고 자란 줄리아 키즈(Kids)들이 이 법안에 힘을 보태며 노동당과 초록색의 "적록연정"의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의 시행 착오를 교훈으로 삼고 떠보기식 정책이 아닌 확실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기후 행동을 지지하는 자본가들(Climate 200) 또한 정책 안팎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화석 연료 사업자들의 경제 논리와 젠더 혐오에 무너지지 않을 기후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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