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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은 종이팩이 아닙니다.

멸균종이팩 생수보급이 재활용교란을?

서영준 | 기사입력 2022/01/10 [08:01]

다같은 종이팩이 아닙니다.

멸균종이팩 생수보급이 재활용교란을?

서영준 | 입력 : 2022/01/10 [08:01]

 

  © unsplash.com

 

기사요약

1. 미세플라스틱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종이팩을 이용하는 생수는 훨씬 더 친환경적이고 자연에 피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2. 최근 종이팩에 담은 생수를 출시한 모 생활협동조합의 제품 역시 이와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 종이팩용 황색 펄프를 사용하고 뚜껑 역시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하고 있어 기존 재활용 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3. 이러한 멸균 종이팩 생수는 자칫 우리나라에 식용을 목적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나 뉴트리아처럼 우리나라의 재활용체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킬 수 있다.


플라스틱 배출 문제는 이제 단순한 운동가의 영역을 뛰어넘었다.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앨바트로스, 바다거북이 등 미디어가 강타한 시각적 공포는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이제는 플라스틱 없는 사회를 위해 시민 단위에서부터 시작한 운동이 정부시책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플라스틱 생수병을 대체하는 종이팩 생수는 일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종이팩을 이용하는 생수는 훨씬 더 친환경적이고 자연에 피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폐기물 관점에서 본다면 생수병에 적용되는 멸균 종이팩은 말 그대로 골치 덩어리이다. 2020년 한국의 종이책 재활용률은 고작 15.8%에 그피고 있다. 2013년만 해도 35%에 이르렀던 종이팩 재활용률은 8년 만에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종이팩 재활용 의무율인 22.8%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종이팩 재활용뿐 아니라 모든 재활용의 가장 큰 난제는 분리선별이다. 대부분의 공동주택 분리장에는 종이류와 종이팩류를 별도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버려지는 경우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경우 별도의 분리작업이 다시 필요하기 때문에 재활용측면에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다. 

 

이런 와중에 생수에 적용되는 멸균팩은 또다른 분리체계를 요구하게 된다. 기존 우유팩과 같은 살균팩은 펄프에 합성수지를 코팅하여 만들어지는 데 비해 멸균팩은 합성수지와 알루미늄을 중복코팅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혀 다른 소재이며 재활용방식도 상이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멸균팩 출고량은 전체 종이팩 시장에서 5%도 차지않을 정도로 미미한 규모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비대면 구매 증가 등으로 전체 종이팩 중 무려 40%까지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종이팩에 담은 생수를 출시한 모 생활협동조합의 제품 역시 이와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 종이팩 용 황색 펄프를 사용하고 뚜껑 역시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하고 있어 기존 재활용 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생각이 지나쳐 결국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일회용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이러한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멸균 종이팩 생수는 자칫 우리나라에 식용을 목적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나 뉴트리아처럼 우리나라의 재활용 체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생산자의 노력과는 별개로 재활용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제품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뒷받침되어 실질적으로 재활용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을 더욱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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